목욕탕 옆 김밥집 - 김요아킴 -금곡동 아파트 독서실 의자에 붙잡혀 있다가 수제비로 허기를 달래는 딸아이에 아비는 김밥 한 줄을 더 보태었다 서로의 어깨가 연골처럼 부딪히는 자리, 무작정 밀치고 들어와 고집 묻어나는 쇳소리로 주문을 거는 노인들 불조심 마크 선연한 모자 속 땀내가 국물처럼 피어오르자, 배배 꼬인 면발이 태극기마냥 젓가락에 나부꼈다 서로 다름을 모두 붉은 낙인으로 찍어대던, 분노는 배고픈 북쪽의 일용할 양식이 될 쌀 한 톨에까지로 이어졌다 김 속의 밥알을 곱씹다가, 딸아이는 그 빨간 깍뚜기를 집다 말았고, 아비는 서둘러 잔돈을 지갑에 구겨 넣었다 거리에 찍힌 무수한 발자국, 그 무게와 모양이 각기 다르다는 걸 딸아이는 처음으로 교과서 밖에서 배우고 있었다 *시집/ 공중부양사/ 애지 수정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