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잠들다 - 이수익 이젠 떠나가리, 믿고 약속했던 허망한 욕구여, 슬픔이여 나는 잠들어 저 높은 하늘 끝 벼랑 위에 편안한 휴식의 자리처럼 황홀하게도 부풀어 올라 안온하게 꿈꾼다 저녁별처럼 찬란하게 빛났던 저 어둠 한가운데에서 끝내 나는 백비(白碑)를 세우리 여름 지나면 가을, 가을 지나면 겨울, 그리고 봄, 나는 죽음에 길들지 않은 견고하고 투명한 입자가 되어 하늘에 섞일 것이다, 따로 또한 같이 너무나도 많은 빚 과분하게 져서 돌로 머리를 깨뜨려도 피처럼 살아 있을 평생의 죄 머얼리 구름에다 띄우고 나의 이력(履歷) 분분히 흩어져 갈 때 잘 가라, 믿고 약속했던 허망한 욕구여, 슬픔이여, 그리고 새로움이여 *시집/ 조용한 폭발/ 황금알 모서리가 불안해 - 이수익 회양목 집단이 화단을 둘러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