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 - 김유석 싸락눈 몇 됫박 들판에 안치는 저녁이다. 작년에 끌고 간 줄 토막토막 끊어 오는 기러기 울음 굴핏한 어스름. 부메랑 날갯죽지들 붐비는 공중을 바라보며 한 철 들러 갈 것들에게 또다시 가슴을 앗긴다. 어느 추운 고장의 습속일까, 바닥을 짚기 전 몇 번이나 파닥거리는 뜨내기들. 제 기척에도 놀라는 것들은 저런 식의 설은 기억법을 가지고 있어서 한 곳 정들지 못하고 떠도는 것일 게다. 공중을 건널 때와 바닥에 내리는 울음이 설핏 다름을, 가뭇없는 작은 애비 기별인 냥 초저녁잠 설치는 서당집 노모 가는 귀 섧도록 주인 바뀐 논배미에 주둥이를 박고 우는 것들의 발목이 붉다. *시집/ 붉음이 제 몸을 휜다/ 상상인 십일월 - 김유석 새들이 왔다. 그 전날, 먼 이역 순회공연을 돌아온 가수의 쉰 목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