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항구에서 - 이형권 어제는 항구에 가서 그대를 보았다 머지않은 눈보라의 예보가 그물처럼 내리고 저마다의 가난과 행복을 한 두릅씩 흥정하는 인파 속에서 흰 파도처럼 웃어 대는 그대를 보았다 불현듯 그대가 그리운 날이면 나그네처럼 항구를 헤맨다 먼 바다의 추억으로 몸을 흔드는 깃발들 회선의 싸이렌이 울고 무인등대 사무친 외침 속에서 바다의 꿈을 홀로 적시는 그대의 노랫소리 나는 그대를 향해 나그네의 길을 준비하리라 땅거미를 밟고 초병들이 들어서기 전 집어등 같은 희망을 달고 떠나가리라 흉어기의 뱃전에 그물코를 건져 올리며 그대의 겨울을 향해 떠나가리라 *시집/ 칠산바다/ 문학들 등대 - 이형권 쓸쓸하구나 내 마음은 언제나 해 지는 등대 밑을 떠돌았으니 그대 먼 곳으로 떠나갔을지라도 옛 생각에 슬며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