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고맙다고 - 김형로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몸 몸의 주름이 펴지지 않는다 굽은 곳은 더 틀어지고 패인 곳은 더 깊어졌다 아픈 몸을 자주 미워했지만 몸은 나를 사랑하기만 했다 비극은 서로 떨어질 수 없다는 사실 티격태격 도니 말 없던 몸이 말을 한다 귀에서 여치 소리 나고 눈에는 벌레가 난다고 무릎은 녹슨 돌쩌귀 되었다고 밤마다 몸에게 묻는다 오늘 하루 어떠셨냐 손으로 만지며 쓰다듬는다 몸이 답한다 힘닿는 데까지 가 보겠다고, 숨소리가 많이 얕아졌다 함부로 부렸구나 다음 생이 있거든 내가 몸이 될 테니 너는 내가 되거라 결기 없고 시류도 못 맞추는 내가 한쪽 쳐진 몸과 함께 오늘도 어제처럼 간다 절뚝절뚝 흔들리며 고맙다고 힘들면 잡고 서서 높다란 새를 함께 보면서 *시집/ 백 년쯤 홀로 눈에 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