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道伴) - 이상국
비는 오다 그치고
가을이 나그네처럼 지나간다.
나도 한때는 시냇물처럼 바빴으나
누구에게서 문자 한 통 없는 날
조금은 세상에게 삐친 나를 데리고
동네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사준다.
양파 접시 옆에 춘장을 앉혀놓고
저나 나나 이만한 게 어디냐고
무덤덤하게 마주 앉는다.
그리운 것들은 멀리 있고
밥보다는 다른 것에 끌리는 날
그래도 나에게는 내가 있어
동네 중국집에 데리고 가
짜장면을 시켜준다.
*시집/ 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 창비
누이 생각 - 이상국
-동요 <오빠 생각>에 기대어
누이라는 말 그립다
무정한 나의 어머니는 아들 삼형제만 낳아서
오빠라는 말 한번 듣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지만
뜸북새 울면 눈이 퉁퉁 부어
서울 간 오빠 기다리던
누이들은 다 어디 갔나.
없는 집에 시집가 못난 놈에게 밤낮 얻어맞고 살다가
어느날 아이 하나는 업고 하나는 걸려서 들어서더라도
나는 저 울산바위 같은 네 친정 오빠,
누이여
내가 부모 말 안 듣고 당나귀처럼 뻗대거나
혹은 세상에 부끄러운 짓을 했더라도
그저 바라보기만 하던 누이여
이름만 불러도 눈물 나는데
여름이 되어도 뜸북새는 울지 않고
그 많던 누이들은 다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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