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도반(道伴) - 이상국

마루안 2021. 5. 28. 22:00

 

 

도반(道伴) - 이상국


비는 오다 그치고
가을이 나그네처럼 지나간다.

나도 한때는 시냇물처럼 바빴으나
누구에게서 문자 한 통 없는 날
조금은 세상에게 삐친 나를 데리고
동네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사준다.

양파 접시 옆에 춘장을 앉혀놓고
저나 나나 이만한 게 어디냐고
무덤덤하게 마주 앉는다.

그리운 것들은 멀리 있고
밥보다는 다른 것에 끌리는 날

그래도 나에게는 내가 있어
동네 중국집에 데리고 가
짜장면을 시켜준다.

 

 

*시집/ 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 창비

 

 

 

 

 

 

누이 생각 - 이상국
-동요 <오빠 생각>에 기대어


누이라는 말 그립다 

무정한 나의 어머니는 아들 삼형제만 낳아서
오빠라는 말 한번 듣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지만 

뜸북새 울면 눈이 퉁퉁 부어
서울 간 오빠 기다리던
누이들은 다 어디 갔나. 

없는 집에 시집가 못난 놈에게 밤낮 얻어맞고 살다가
어느날 아이 하나는 업고 하나는 걸려서 들어서더라도
나는 저 울산바위 같은 네 친정 오빠, 

누이여
내가 부모 말 안 듣고 당나귀처럼 뻗대거나
혹은 세상에 부끄러운 짓을 했더라도
그저 바라보기만 하던 누이여
이름만 불러도 눈물 나는데 

여름이 되어도 뜸북새는 울지 않고
그 많던 누이들은 다 어디로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