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동 가구거리 3 - 전장석 도무지 기분을 맞출 수 없는 동네가 있다 사람들 하루 종일 북적이다가 쓰레기 더미처럼 새벽이면 다소곳한 동네 불쑥 석류알 붉은 잇몸을 내미는 동네 반짝하던 불빛만큼 반색하는 늘 그 모습이라서 강의 묏등으로 출렁이던 노래 표정 밖으로 기분이 흘러들면 설탕을 듬뿍 묻힌 빵처럼 부풀어 올라 그 동네와 가끔 친해지고 싶어 골목을 서성이다 보면 나는 그 동네를 잘 아는 사람 그러다가 더 꼼꼼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나라면 비 오는 가구거리 천막 아래서 가구들의 자세와 나이를 묻고 싶어져 오늘은 정말 무엇이든 축축해져서 고양이 발자국도 흉터가 되는 사람에게 바닥까지 내려간 얼굴은 기분이 만든 천성 때문이라고 말하지 그를 경유해 가보지 못한 곳이 있다면 임대 딱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가구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