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한낮 - 육근상

마루안 2021. 9. 27. 21:42

 

 

한낮 - 육근상

 

 

대밭에 흰 새 울다 날아갔다

천둥 번개 불러들인 대추나무도 슬퍼하였다

강 마을 들어서는 샛길은 또랑 만들어 며칠 수근거렸다

 

땡볕이 채마밭에 날개짓 털었다

마루턱 기대 댓잎이 쓰는 글 몇 줄 읽다

받아쓸 요량으로 고쳐 앉으면

풀잎은 강물 소리로 흔들리다 울음 터뜨렸다

 

마루가 걸을 때마다 슬픈 노래로 찌걱거리자

고욤나무가 주렁주렁 매달린 그늘 뒤란에 뿌려놓았다

마당이 바람도 없는 한낮이라 눈부시게 적막하였다

 

 

*시집/ 여우/ 솔출판사

 

 

 

 

 

 

볕 - 육근상


품속 같다 무엇이든 끌어안고 있으면 한 생명 얻을 수 있겠다

겨우내 버려두었던 텃밭도 품속 따뜻했는지 연두가 기지개다 뽀족한 입술 가진 호미도 헛바닥 넓은 꽃삽도 품속 그리웠는지 입술 묻고 뗄 줄 모른다 나를 품었던 엄니도 이제 품속 돌아가려는지 양지녘 볕을 있는 힘껏 끌어모으신다

 

품속 내려놓은 어미 닭이 병아리들 꽁무니 매달고 의젓하게 마당 맴돌고 있다

 

 

 

 

*시인의 말

 

나는 또 어느 별에서 생명 얻을 것이니 가는 것 너무 슬퍼하지 마라

 

비가 오는구나 비가 오시는구나

 

말씀 남기고 엄니는 저 별로 가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