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저녁 속으로 홀로 떠미는 - 안태현 어두운 새 한 마리가 다시 돌아와 앉은 그 자리를 바라보는 일이 좋다 저녁 빛에 쌀을 씻어 안치고 오이냉국에 얼음 몇 조각을 띄워 휘휘 젓다 보면 생각 끝에 당신이 있다 가뭄에 논물을 끌어다 쓰듯 몇 번은 사정해서 옛일을 불러다 내 앞에 앉히곤 하는데 그저 지나가서 아쉽던 저녁처럼 몸이 뜨겁던 시절이 당신에게도 얼마쯤 있었으면 하는 게 내 속마음이다 시절과 시절 사이 내게 오는 아픔은 모든 것을 이해만 시키려 드는데 지는 저녁 속으로 홀로 떠미는 손들이 그 틈을 타서 솔기 터진 내 마음 어딘가를 툭 건드린다 돌확 같은 당신을 돌아와 고요히 고이는 수척한 밥 한술이란 *시집/ 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 상상인 생활의 목록 - 안태현 고장 난 보일러를 고쳐서 뜨거운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