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낭만적이거나 너무 실용적이거나 - 임후남
가까이 숲이 있으면 좋겠어
상추 심을 텃밭이 있어야지
수국 한 그루 심을 정원도 있음 좋겠어
가까운 곳에 편의점이 있으면 좋겠어
지하철역은 가까워야겠지
그래도 조용한 곳이었음 좋겠어
실용과 낭만이 부딪치는 사이
욕망과 현실이 끓는 사이
집도 아닌 방 한 칸,
꿈은 너무나 비현실적
이 색에서 저 색으로
수국 한 그루
변덕스럽게 피고 지는 사이
하이힐 신고
산책하는 사이
*시집/ 전화번호를 세탁소에 맡기다/ 북인
나무와 몸 사이 - 임후남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걸었다
그림자가 함께 걸었다
며칠 전 내린 눈이 그대로다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눈은 온몸으로 나를 받는다
다정한 눈길은
내가 걸어갔다 오는 사이
어지러워졌다
늙어가는 동안
내 육체는 점점 더 무거워진다
생각하면 단 한 번도
나는 가벼운 몸을 가진 적이 없다
내 몸을 재촉하고
다른 이의 몸을 앞지르며
더 큰길로 달려나가는 동안
나는 믿었다, 가벼운 몸으로
아름답게 날아오를 수 있으리라고
눈길을 걸을수록
그림자가 짧아졌다
평생 젖은 몸이
눈길에 더 젖었다
내 몸은 너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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