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다인실 다인꿈 - 신용목

마루안 2021. 10. 1. 22:27

 

 

다인실 다인꿈 - 신용목


밤의 창가에서는 허공과 사람이 하나의 창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건너편을 바라보며 불을 끄거나 켜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누가 묻길래.

그는 착한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는데. 꼭 그는 슬픈 사람이라고 말한 것 같다.

침대의 잘못은 자신이 입구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 데 있다.
잠이 오지 않으면.

 

걱정을 만든다. 죄를 빼고 나면,


사랑은 남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착한 사람이다.

물속에 사는 사람처럼, 그네처럼, 시내버스 요금함에 거스름돈 떨어지는 소리처럼, 넘어졌던 아이가 일어나 탁탁 부딪치며 털고 있는 손바닥, 그리고


비행기.
무심한 밤하늘 한쪽 귀퉁이를 천천히 지나가고 있어야 한다. 검고 푸른 바다를 건너가는 그림자, 오로지 자신만을 가로지르며

나를 잊은 채 먼 나라로 떠나는
사람.

불을 끄면 나는 오래전 내 조상이었던 고래가 추락한 곳이 어딘지 알 것 같다.

 

 

*시집/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문학동네

 

 

 

 

 

 

대부분의 나​ - 신용목


하루의 망치로 쾅쾅 나를 박아 넣으면 까맣게 바닥에 남을 한 점의 머리

비행기가 지나가면 하늘이 길게 잘려서 어둠 한 끝이 돌돌 말려 올라간다
지붕 위에 비스듬히 누워, 먼 별빛을 보던 밤이 갑자기 머리를 긁적이며,
방금 뭐가 지나간 것 같은데,,,,,

악몽이 잠의 창문을 열고 들여다보며 내 속의 아이들을 부른다. 밥 먹고 울어야지

턱 밑에 장도리를 걸고 머리를 뽑아올리면
나는 한참을 두리번거린다

인생이 잠시 들러 사랑을 주고 젊음을 사가는 매점처럼 뽑힌 자리는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