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운명 - 천수호 아무리 더 가지려 해도 창(窓)은 단호하게 "거기까지!" 네 음절의 칼날로 내리친다 칼끝과 칼끝이 부딪치며 멈춘 냉철한 선(線)의 세계 더 가질 수 있는 날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니까 틀이 깨질 때까지 수건을 절반으로 접는 연습을 했다 저곳은 유연해 허리를 쉽게 휘는 것들은 창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아 '묘안'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눈동자가 봉분 같은 고양이가 물어뜯을 것이 있는 쪽으로 허리를 휘는 장면처럼 매미 소리가 내 몸을 아무 곳이나 뚫으면서 애벌레 걸음으로 왔다가 간다 내게 저렇게 왔다 가는 것들 창을 건드리지 않으면 도저히 담장을 넘을 수 없는 것들 창을 내다보다가 순간이라는 말이 화면을 닫았다가 열면서 검은 새떼를 쫓는 장면을 목격한다 오늘의 창은 여기까지! 선을 자르는 칼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