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 김중식 땡볕 - 김중식 태양을 집어삼키고 싶다 해발 육천사백 미터 상공에서 뛰어내리고 싶다 아픈 사람을 살리는 것은 罪라고 우겼으므로 사람들은 나를 그냥 냅뒀고 그렇게 외롭고 또 고독했던 불구의 봄날을 지나 지금은 그대의 향기에 일사병 걸린 듯 오 감탄사로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吳.. 한줄 詩 2017.11.19
꽃 피지 않았던들 - 이홍섭 꽃 피지 않았던들 - 이홍섭 그대 사랑 꽃 피는 바람에 사라졌습니다 꽃 피지 않았던들 우리 사랑 헤어졌을까요 밤에 듣는 빗소리, 천 년의 시간을 펼쳤다 접는 저 연잎의 하염없음으로 우리 사랑, 밤을 건넜겠지요 그대 사랑 꽃 피는 바람에 사라졌습니다 꽃 피지 않았던들 우리 사랑 언제.. 한줄 詩 2017.11.19
그 해 여름 - 허장무 그 해 여름 - 허장무 내게, 꼭 한 번 보고 싶은 여자가 있다면 고등학교 다닐 무렵, 여름방학 때 고향집에서 만난, 어떻게 이곳까지 흘러오게 되었는지 우리 집 사랑채에 기거하면서 새경을 살던 내외의 딸 아미를 숙이고 지나가면 감자꽃 향기가 풍기던 보라색 가지 냄새도 나던 마당을 .. 한줄 詩 2017.11.18
나의 왼발 - 강영환 나의 왼발 - 강영환 오른발이 먼저 가고 그 뒤를 따른다 앞서 가고 싶은 마음이야 없을까만 그런 속내도 드러내지 못하는 왼발은 외출을 위해 신발을 신거나 온탕에 들어설 때도 습관처럼 밀렸다 험하거나 진 데가 아니더라도 왼발을 먼저 놓는 때면 어김없이 넘어지거나 부딪혀 몸에도 .. 한줄 詩 2017.11.18
노을, 붙들렸다 가는 노을 - 유종인 노을, 붙들렸다 가는 노을 - 유종인 하루 취하기에는 초저녁부터 그렇더군 벌써 실패한 사랑이 찾아오더군 이쯤 세상의 문이란 문들은 모두 두근거리는 불안의 심장이더군! 흔들리지 않고서야 길이 가지를 치겠나 가지를 친 길목에 미친 듯 몸부림치는 버드나무 한 그루에 바람은 추운 .. 한줄 詩 2017.11.17
간 자의 그림자 - 김충규 간 자의 그림자 - 김충규 가진 것 없으니 어둠이 근친이다 술이 핏줄이다 그렇게 살다간 큰형님은, 오십 중반도 못 넘기고 저승 갔다 간 자가 서럽나 간 자를 보내고 남은 자가 서럽나 모르겠다 태양이 몰핀같이, 낮 동안 통증을 잊고 지내라 다그치고 나는 아우로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 한줄 詩 2017.11.17
늦가을 - 윤석산 늦가을 - 尹錫山 과원(果園)의 뜨락, 아직은 햇살들 밝은 웃음으로 기어다니고 있습니다. 지난 가을 다하지 못한 열망, 푸른 하늘인 듯 저 멀리 매달려 있습니다. 슬픔이기에는 아직은 이른, 벅찬 기쁨이기에는 너무나 늦은, 우리의 뜨거운 타오름. 이제 하늘 한켠 깊은 볼우물 하나 프르게.. 한줄 詩 2017.11.16
가을 단풍, 노을 허풍 - 권경업 가을 단풍, 노을 허풍 - 권경업 보세요! 저 푸르던 단풍잎도 본디 모습은 저리 붉은데 하물며 한 영혼을 향해 흔들던 내 젊은 날의 손짓이 어찌 붉고 뜨겁지 않겠습니까 설령, 열정은 식고 허풍은 있었다 치더라도 저 노을처럼 붉어지는 것을 이제 와서 아니라고 숨기겠습니까 *시집, 달빛 .. 한줄 詩 2017.11.16
독한 연애가 생각나는 밤 - 권현형 독한 연애가 생각나는 밤 - 권현형 함부로 슬픔을 내보이지 않는 자의 혀가 저리 흰가 독한 연애의 끝이 저리 무심한가 어둠 속 흰 박꽃 같은 눈송이는 어떤 내성(內省)을 닮아 있다 백두산 어느 골에 산다는 우는 토끼의 눈망울이 생각나는 밤 우는 토끼라는 서글픈 학명처럼 눈 내리 퍼.. 한줄 詩 2017.11.16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 오은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 오은 누구나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단다 대명사와 조사가 결합하면 가능해진다 나는 누구에 속하는지 자신이 없었다 냄비 속에서 불안이 끓어 넘치고 있었다 배고픔과 배 아픔이 동시에 찾아왔다 아침에는 심술을 부리고 도리질을 쳤다 손길이 다가오면 뿌리.. 한줄 詩 2017.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