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가을 단풍, 노을 허풍 - 권경업

마루안 2017. 11. 16. 23:12



가을 단풍, 노을 허풍 - 권경업

 
보세요! 저 푸르던 단풍잎도

본디 모습은 저리 붉은데

하물며 한 영혼을 향해 흔들던

내 젊은 날의 손짓이

어찌 붉고 뜨겁지 않겠습니까

설령, 열정은 식고 허풍은 있었다 치더라도

저 노을처럼 붉어지는 것을

이제 와서 아니라고 숨기겠습니까

 


*시집, 달빛 무게, 작가마을


 






가을 산행 - 권경업



세상살이 마흔이 넘으면

가끔 까닭 없이 울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떠나는 가을 앞에서는 더욱

예전에는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고추잠자리 한둘씩 사라지고

모두들 제 갈 길 바삐 가버리면

왠지 모를 설움은

그냥 그러려니 서 있을 수 없게 합니다

여름날의 땀방울 거두어 간

빈 들녘의 언저리

흔들리는 계절의 창백한 억새밭에서

자꾸 빨리 떠나라며 보채는 바람에

나는 등 떠밀리며 실컷 울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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