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 노을 허풍 - 권경업
보세요! 저 푸르던 단풍잎도
본디 모습은 저리 붉은데
하물며 한 영혼을 향해 흔들던
내 젊은 날의 손짓이
어찌 붉고 뜨겁지 않겠습니까
설령, 열정은 식고 허풍은 있었다 치더라도
저 노을처럼 붉어지는 것을
이제 와서 아니라고 숨기겠습니까
*시집, 달빛 무게, 작가마을
가을 산행 - 권경업
세상살이 마흔이 넘으면
가끔 까닭 없이 울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떠나는 가을 앞에서는 더욱
예전에는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고추잠자리 한둘씩 사라지고
모두들 제 갈 길 바삐 가버리면
왠지 모를 설움은
그냥 그러려니 서 있을 수 없게 합니다
여름날의 땀방울 거두어 간
빈 들녘의 언저리
흔들리는 계절의 창백한 억새밭에서
자꾸 빨리 떠나라며 보채는 바람에
나는 등 떠밀리며 실컷 울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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