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술집, 독고다이 - 조항록

술집, 독고다이 - 조항록 -공간 응시자 2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이 인생이란 것을 나는 알지 못한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술 한잔 추렴하는 것이 삶의 풍요라는 충고를 짧은 거짓일망정 위안이란 현실을 나는 믿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다시 겨울이 오고 창밖에는 삼복의 열기가 들끓거나 말거나 또다시 나의 날카로운 겨울이 오고 차가운 술잔에 담기는 것은 폐허 가끔 웃으며 미래를 들먹이기도 하지만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무엇도 없으니 나는 술잔을 내려놓고 차라리 깊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그 꿈속에서 말똥가리가 퍼덕퍼덕 날갯짓을 하고 자유는 노동의 품삯임을 밥과 안락이 지리멸렬의 대가임을 그 슬픔을 깨닫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여 우리는 두번 다시 건배를 외치지 말자 빈 술잔에 아무도 술을 따르지 말고 저마다 어..

한줄 詩 2017.11.23

동해 - 박용하

동해 - 박용하 나는 언제나 나에게 끝나고 말았다 그런 나를 넌 물끄러미 지켜봤지 이따금 네가 보고파 嶺(영)을 넘으면 넌 끓어 넘치던 파도를 내 발목에서 식히곤 했지 그때마다 네 헐떡이는 숨소리를 즐기곤 했지 누가 알랴? 네 숨결 부서져 내 폐를 적시는 기사회생의 절대 매혹을 무한? 그건 모두 자네 몫 영원? 그것 역시 자네 몫 난 자네를 떠나 세상으로 나갔지 자넨 나의 원소속이지 언제쯤이면 내가 아닌 눈으로 나를 보고 인간이 아닌 눈으로 인간을 보게 될까 나는 유한을 사랑한다네 나는 유한을 시식한다네 내가 태어났던 곳은 죽기에도 좋은 곳 죽기 전에, 나는 나대로 살 것이다 *시집, 한 남자, 시로 여는 세상 낮 그림자 - 박용하 내 맘대로 안 되고 내 뜻대로 안 된다 그건 서글픈 일 조금 고요한 일 ..

한줄 詩 2017.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