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너를 죽도록 사랑하기도 전에 - 박남원

너를 죽도록 사랑하기도 전에 - 박남원 너를 미처 사랑하기도 전에 마음속에는 비가 내렸고 너를 미처 사랑하기도 전에 세상은 이미 가득 젖었다. 너를 죽도록 사랑하기도 전에 또한 세상의 가로등은 하나둘 꺼지고 너를 죽도록 사랑하기도 전에 사람들은 항구를 떠나 바다 끝으로 사라졌다. 어찌 눈물 흘릴 사이가 있었겠느냐. 어찌 세상 탓할 사이가 있었겠느냐. 봄이 오기 전에 봄꽃은 지고 개여울물 흐르기도 전에 봄조차 다 가버린 것을 *시집, 캄캄한 지상, 문학과경계사 병실에서 - 박남원 세상을 너무 깊이 사랑했던 것이 탈이었다. 그냥 잠시 문이나 열고 들어가 손이나 한번 잡고 말 것을 입고 있던 외투마저 벗어놓지는 말아야 했을 것을.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보다도 세상을 사랑하기까지는 갈대가 바람을 사랑하는 것만..

한줄 詩 2017.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