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나무 - 황지우 11월의 나무 - 황지우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 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 이 생이 마구 가렵다 주민등록번호란을 쓰다가 고개를 든 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 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 일정 시대 관공서 건물 옆에서 이승 쪽으로 側光을 강하.. 한줄 詩 2017.11.30
너를 죽도록 사랑하기도 전에 - 박남원 너를 죽도록 사랑하기도 전에 - 박남원 너를 미처 사랑하기도 전에 마음속에는 비가 내렸고 너를 미처 사랑하기도 전에 세상은 이미 가득 젖었다. 너를 죽도록 사랑하기도 전에 또한 세상의 가로등은 하나둘 꺼지고 너를 죽도록 사랑하기도 전에 사람들은 항구를 떠나 바다 끝으로 사라졌다. 어찌 눈물 흘릴 사이가 있었겠느냐. 어찌 세상 탓할 사이가 있었겠느냐. 봄이 오기 전에 봄꽃은 지고 개여울물 흐르기도 전에 봄조차 다 가버린 것을 *시집, 캄캄한 지상, 문학과경계사 병실에서 - 박남원 세상을 너무 깊이 사랑했던 것이 탈이었다. 그냥 잠시 문이나 열고 들어가 손이나 한번 잡고 말 것을 입고 있던 외투마저 벗어놓지는 말아야 했을 것을.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보다도 세상을 사랑하기까지는 갈대가 바람을 사랑하는 것만.. 한줄 詩 2017.11.30
햇볕이 되었거나 노을이 되었거나 - 이기철 햇볕이 되었거나 노을이 되었거나 - 이기철 들판에 흩어져 피는 꽃들에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놓은 사람들은 어언 제 이름도 꽃이 되었거나 꽃술에 취해 잠든 나비가 되었거나 한 해 봄에서 가을까지 날아가도 제 그리움까지 닿지 못한 작은 새들에 이름을 붙여준 사람들은 제 이름도 어.. 한줄 詩 2017.11.29
젖은 노을 속으로 가는 시간 - 유하 젖은 노을 속으로 가는 시간 - 유하 비가 세상을 내려 앉히면 기억은 노을처럼 아프게 몸을 푼다 부리 노란 어린 새가 하늘의 아청빛 아픔을 먼저 알아 버리듯 어린 날 비 오는 움막이여, 왜 노을은 늘 비의 뿌리 위에서 저 혼자 젖는가 내 마음 한없이 낮아 비가 슬펐다 몸에 달라붙는 도.. 한줄 詩 2017.11.29
못다 이룬 꿈을 아쉬워하지 말자 - 나태주 못다 이룬 꿈을 아쉬워하지 말자 - 나태주 오늘도 아무런 일 없이 하루 해가 조용히 물러간다 산은 산대로 여전하고 푸르고 우뚝하고 강물은 지구 밖으로 빠져나갈 듯 아픈 몸부림 하나로 흘러 흘러만 가고 저녁 노을은 또 한 차례 불끈 주황빛 두 주먹을 들어올렸다 슬그머니 내려놓는다.. 한줄 詩 2017.11.29
어둠에 들다 - 김완하 어둠에 들다 - 김완하 어둠이 오기 전 숲 앞에서 시간은 잠시 잠깐 움찔한다 쌓인 빛을 털어내려는 듯 풀들마다 허리께를 한번 요동친다 어둠은 세상의 길을 풀어 버리고 소리 속으로 귀를 묻는다 내가 밟고 가는 걸음에 놀라 화들짝 깨어나는 숲, 제 울음을 골똘히 들여다보는 벌레들 어.. 한줄 詩 2017.11.29
사람의 그늘 - 강연호 사람의 그늘 - 강연호 사람의 그늘을 만난 지 오래다 어디 그늘이 없었을까, 눈 흐려진 탓이다 나이 들면 자꾸 멀리 보게 마련이고 멀리 건너다보는 시력으로는 사람의 그늘도 흐리게 뭉개지는 법 그늘을 헤아리는 심사는 어느 늙은 나뭇가지 사이로 한때 무성했던 세월이 구름처럼 뭉텅.. 한줄 詩 2017.11.29
통속적으로 그대가 그리울 때 - 유용선 통속적으로 그대가 그리울 때 - 유용선 비록 숙녀여, 지금 그대가 제 맘에 꼭 맞는 연인을 찾아 평생의 동반자로 삼았다 하더라도 다함 없는 축복의 언어들이 시기와 질투로 빛바래진 않을 테니 한 하늘 아래에서 숨을 쉬고 같은 땅 위를 밟고 사는 동안 내 젊은 날의 귀한 손님이여, 단 하.. 한줄 詩 2017.11.29
벼랑 위의 사랑 - 차창룡 벼랑 위의 사랑 - 차창룡 모든 사랑은 벼랑 위에서 시작되더라, 당신을 만나고부터 벼랑은 내 마음의 거주지, 금방 날아오를 것 같은 부화 직전의 알처럼 벼랑은 위태롭고도 아름다워, 야윈 상록수 가지 붙잡고 날아올라라 나의 마음이여, 나의 부푼 가슴에 날개 있으니, 일촉즉발의 사랑.. 한줄 詩 2017.11.29
아름다운 사람 - 이성선 아름다운 사람 - 이성선 바라보면 지상에서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늘 하늘 빛에 젖어서 허공에 팔을 들고 촛불인 듯 지상을 밝혀준다. 땅 속 깊이 발을 묻고 하늘 구석을 쓸고 있다. 머리엔 바람을 이고 별을 이고 악기가 되어온다. 내가 저 나무를 바라보듯 나무도 나를 바라보.. 한줄 詩 2017.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