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반주의 사랑은 쓸쓸하다 - 김이하
무반주의 사랑은 쓸쓸하다 - 김이하 나는 사랑을 연주하지 않겠다 가슴 깊은 곳엔 아직도 뒤틀린 악기 하나 여치 집에 갇힌 여치처럼 푸른 울음을 뜯거니 언제나 폭풍 전야 같은 바람 없는 날들 끕끕한 삶들이 짓물러 오는 장마 끝의 날들 그게 언제인데 아직도 그런 날들이 내 가슴 속에 처박혀 있는가 아아, 나는 노래할 수 없다 간간이 신경 마디에 부딪쳐 아프게 우는 무반주의 사랑은 죽음보다 싫어 또한 사랑 없는 삶은 더욱 싫어 하지만 나는 노래하지 않겠다, 장마 끝의 날들 그게 언제인데, 그게 언제인데 새 풀잎 위에 새 바람이 불어도 나는 너를 연주하지 않고는, 너를 사랑하지 않고는 내 마지막 삶을 연주하지 않겠다 가슴 깊은 곳엔 노래 잃은 악기 하나 여치 집에 갇힌 여치처럼 푸른 울음을 뜯거니 언제 폭풍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