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풀내음 - 김창균 옛 사람들은 풀이 썩으면 반딧불이 된다고 했던가 늦은 가을 저녁 들판에 누워 별들을 본다. 이승의 삶이 깊어져 저렇게 푸른 별로 뜬다는 것이 왠지 낯설기도 하여 자꾸 별들을 바라보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마지막까지 푸른빛으로 가기 위해 살아 있는 동안 죽도록 푸르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들판의 풀들이 모두 썩어 가을 하늘 별로 뜨는 저녁 그 푸른 저녁 위에 나를 포게 놓으며 또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되는 것이다 마른풀 냄새 맡으며 나도 그렇게 며칠 동안 푸르게 나이가 들었으면 그랬으면 하는. *시집, 녹슨 지붕에 앉아 빗소리를 듣는다, 세계사 그믐밤 - 김창균 삼십 촉 알전구가 어둠을 밀어 내는 저녁이다 이 시간에는 늘 그래 왔듯이 늙을 대로 늙어 주름이 살처럼 굳어 버린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