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모는 노인 - 김유석
소를 모는 노인 - 김유석 외딴집을 감고, 고구마순처럼 뻗친 길섶에 소똥 몇 점이 떨어져 있다. 굳은 몸을 푸는 연한 힘, 그것을 발에 묻히고 걸어간 봄은 냄새가 좋다. 삶은 고구마 같은 등성이, 외딴집에서 거기까지가 노인의 길이다. 평생을 오갔어도 항상 초행인 노인의 마음만큼 밑드는 고구마밭이 있다. 무엇을 앞세운다는 건 그것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큼이나 정겨운 일이다. 따라가는 길도 문득 홀연해질 때 슬그머니 돌아다봐 주는 눈빛, 무엇엔가 등을 맡긴다는 것처럼 아름다운 길들여짐은 없다. 내외하듯, 여물을 먹는 소의 잔등에 담배를 물고 돌아앉은 노인의 허리가 겹친다. 닮은 것들은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지 않고서도 서로의 몸에 마음을 드리우기도 한다. *시집, 상처에 대하여, 한국문연 야생화 - 김유석 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