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 - 정선희
밑 빠진 독 - 정선희 어릴 적 나의 꿈은 두꺼비 한 마리 키우는 것 털이 복슬복슬한 강아지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니고 두꺼비 한 마리 키우는 것, 만지면 우둘투둘 미끄덩거리는 두꺼비 한 마리 커다란 독 안에 넣어놓고 먹이를 주는 것 그놈이 자라서 구멍을 메우게 하는 것 아버지, 처음부터 밑 빠진 독이었다 물을 부으면 돈이 줄줄 새어나갔다 아무리 부어도 독은 차오르지 않고 어머니 점점 지쳐갔다 삐걱거리는 자전거 뒤에 아모레 화장품 가방을 싣고 집집마다 골목마다 다니던 어머니, 입에서 노래가 끊기고 웃음이 끊기고, 나는 우등상을 타고 밥을 하고 청소를 했지만, 어머니 여우비처럼 웃었다 나는 두꺼비를 기다렸다 내 힘으론 어림도 없어 두꺼비에게 희망을 걸었다 털이 없는 얼룩덜룩한 두꺼비 한 마리 키우고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