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바퀴 소문 - 천수호

바퀴 소문 - 천수호 이러한 봄날이었다 내가 그를 찾아 나선 것은 왼쪽 귓바퀴를 따라가면 목련마을이 있고 오른쪽 귓바퀴를 돌아가면 막다른 산길이다 그가 일으키고 간 모래먼지가 다시 길이 되어 조용해졌을 때 그의 바큇자국 위애 내 바퀴는 헛돌았고 그가 데리고 간 불가피는 땅의 생기를 휘몰아 꺾었다 햇빛이 봄의 목구멍으로 차오르는 들판 덩그러니 놓인 그의 자동차 문이 잠겨 있다 탱자나무 가시는 박제된 표범의 이빨이다 아무리 으르렁거려도 그는 보이지 않는다 개 짖는 소리만 따라온다 따라오지 마라 따라오지 마라 보름달 볼퉁이 빠져나간 그의 음성이 내 귓바퀴를 끌고 다닌다 *시집, 우울은 허밍, 문학동네 세대 차이 - 천수호 가로수와 가로수 사이, 저 보폭은 도대체 누구의 거리입니까 너의 걸음으로 여덟이지만 내 ..

한줄 詩 2018.04.17

봄비에 봄을 보낸다 - 서영택

봄비에 봄을 보낸다 - 서영택 빗물은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지면서 물웅덩이를 만든다 톡톡 바닥을 적시는 빗방울들이 생각에 잠기고 몇 개의 파문을 만드는 동안 웅덩이는 생겨났다 물웅덩이가 허공의 골짜기, 구름과 구름의 통간에서 시작되었다,는 낭설은 낭설이 아니다 허공의 어둔 저녁, 구름이 구름을 만났을 때에 봄의 숲이 그늘을 끌고 젖어 들었다 창문을 열자 바람이 빗방울을 끌고 와서 유리창을 닦았다 흰 벚꽃 내려오다 빗길에 미끄러져 차창에 부딪친다 빗방울에 찰싹, 달라 붙어 유리창에 벚꽃 피었다 구름의 눈물 그렁그렁 고여 있는 흰 벚꽃 무덤 웅덩이는 한바탕 울고 가는 봄비의 울음 터, 꽃잎이 떨어지고 잎사귀가 매달리고 울음이 자란다 봄비에 봄을 보낸다 *시집, 현동 381번지, 한국문연 목련의 말 - 서영택 ..

한줄 詩 2018.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