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아래가 무덤 속 같다 - 이운진 봄볕 앞에 망설인다 목련과 산수유 바람이 잠시 쪽잠에 빠져들면 눈빛 걸어둘 곳이 없다 놀이터의 아이들은 종일 두꺼비 집을 지어 꽃잎을 숨기고 발 디디는 곳마다 후두둑 소름이 떨어진다 온몸에 열꽃을 피우며 등이 아파오고 어김없이 꽃잎 몇 장 또 부풀어 오른다 그 순간 하늘이 캄캄해진다 무성한 꽃의 안도 이러할까 헤아려 보아도 일찍 시든 꽃잎은 옛 기억이 없고 뜨거운 뼛가루만 부서진다 희고 붉은 꽃잎들 봄볕을 탓하지만 한 장도 남김없이 다 피어야 끝나는 봄날, 마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꽃나무 아래가 무덤 속 같다 *시집, 모든 기억은 종이처럼 얇아졌다,문학의전당 사진기가 없던 일요일 오후 - 이운진 1 일요일 오후 수목원에는 꽃보다 사진기가 더 많다 패랭이 꽃 앞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