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길을 걷다가 - 박석준

길을 걷다가 - 박석준 길을 걷다가 혼자일 때 단어들이 구르고 닳아져 버린 일상의 끝 저물 듯한 인생이 네 앞에 형상을 드리울 때 가거라 거리 색색의 사람들로 물들었을 때 사람 무섭지 않으니 어서 가거라 밤 깊어서 그림자로 눕고 싶은 방이 그리워지도록 사람 형상에 사무치면 가가라 어서 그 방에 가서 숨죽이고 귀 세우면서 잠들 때까지 사람 자취를 새겨 보아라 말 못할 그리움이 뇌리를 기웃거리고 말하고 싶은 말들만이 가슴을 파고들면 세월에 바람을 떨구는 밤은 사람 없는 고독에 시달리다가 홀로 죄를 짓더라도 다시 날이 새고 숨쉴 수만 있다면 세월은 그저 가는 것 사람이란 거리에 흔하게 구르면서 네 아픔 밀어낼 것이니 사람 없는 어두운 거리는 쫓기듯이 바쁘게 걸어 사람 그리워지는 네 고독의 방으로 어서 가거라 ..

한줄 詩 2018.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