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맛 - 고증식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고 맛있는 거나 좀 먹자고 장소 메뉴는 날더러 정하라는데 장소는 그렇다 치고 암만 뒤적거려도 맛있는 게 뭔지 땡기는 게 없으니 어디 사무치는 얼굴인들 있겠나 중학교 때 읍에 따라가 처음 먹어본 짜장면 한 그릇 개울 건너 약방집 은순이 고 가시내 하얀 얼굴만큼이나 삼삼하게 아른거리던 그 맛 어느 토요일 오후였던가 이십 리 타박타박 읍냇길 걸어 꿈같은 짜장 한 그릇에 날 저물어 돌아오기도 했는데 그런 집 어디 없나 몇 십리 자갈길 달려가 만나는 사무치는 그리움 하나 *시집, 하루만 더, 애지출판 내 친구 왕별 - 고증식 친구가 별을 달았다 한낮에도 빛나는 크고 우뚝한 별 그를 왕별이라 부르는 건 별밭에 내리는 출세가 부러워서는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붙어 다닌 것도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