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다 버린 가구 - 박구경
내다 버린 가구 - 박구경 비둘기가 도로 한복판에 누웠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좀 해졌더니 다음 날 만겁의 먼지라 몇몇의 깃만 날리고 있었다 가구도 비둘기와 같아서 버림받고 죽어간다 며느리가 밥이슬 속 시엄니 몰래 내다 버린 가구도 춥고 떨리고 무서운 밤을 지나 햇볕과 바람과 덜그럭거리며 벽 짚고 삐걱거리고 휘청거리다가 무릎을 팍 꿇고 주저앉는다 모든 물질로부터 몇 개의 깃으로 흩어지는 내다 버려진 가구 같은 사랑 퍼머머리 아직 풀리지 않았는데 아, 못나게도 두 번째 서랍이 슬프다 *시집, 국수를 닮은 이야기, 애지 응시 - 박구경 치매에서 깨어 오똑 일어나 앉으니 마을 건너엔 꽃 한 송이 무얼 그리느라 환하고도 밝은 꽃 유리잔 가득 막걸리를 부어 붕어처럼 소리 없이 웃어요 엄마, 엄마는 두 살 박이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