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빈 병 - 전성호

빈 병 - 전성호 빈둥거리는 나이가 되면 구석 빈 병처럼 웅크린 채 부려놓고 간 폐지 뭉치나 빈 박스를 챙기면서 전에 듣지 못한 소리에 귀가 열린다 향일성의 식물들 온몸 비틀어 해를 따라가는 소리 자전하는 지구 위를 소리 없이 지나가는 아득한 별들의 소리, 쓸데없이 호루라기 소리를 쏟아놓는 위병소 옆 면회실 누가 차기 대선 주자인지 입방아 찧는 소리 한 그루 침묵을 망고 나무에 옮겨 심는 큰 손 가진 이의 숨소리 말없이 구겨진 폐지 한 장 반듯하게 펴놓는 손바닥 스치는 소리. *시집, 먼 곳으로부터 먼 곳까지, 실천문학사 耳鳴 - 전성호 벚나무 둥치를 품은 말매미 허물로 한 철을 살아낸 집 쉰내가 날 때까지 플라스틱 통에 팥떡, 망개떡, 찰떡을 팔던 해운대 백사장 성질 급한 놈, 오토바이 경주에 한몫 끼..

한줄 詩 2018.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