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에게 - 조기조 단비야 너도 크면 공장에 다니겠지 이 아빠처럼 단비야 너도 크면 사랑을 배우겠지 미움도 배우겠지 아빠가 남긴 못 다한 사랑 못 다한 미움 단비야 너도 크면 싸워야 할 일들이 많겠지 얼싸안고 기뻐 울 날도 많겠지 네 또래 세상이 오면 그땐 단비야 네 갈 길 앞만 보고 똑바로 가는 거다 뒤에서 자꾸 누가 불러도 아무리 그리운 것들이 불러도 뒤돌아보지 마라 뒤돌아보지 마라 아빠처럼 돌기둥이 된다. *시집, 낡은 기계, 실천문학사 낡은 기계 - 조기조 눈구멍과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와 치아에 말라붙은 기름 자국 위로 눈물을 줄줄 흘리며 더 이상 돌지 않는 낡은 기계 철의 골격으로 신념이라기보다 천성으로 육중한 삶의 무게를 버티며 우주의 원리를 닮은 무한한 회전운동을 얻어내던 그러므로 삶은 원심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