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 심종록 누이를 다시 보았다 치솟는 전셋돈 감당할 수 없어 변방으로 쫓기듯 터를 옮긴 후였다 창신동 산 18번지 무너진 성곽 아래 최루탄 연기 안개처럼 짙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그해 봄 지붕 낮은 하꼬방에서 미싱을 돌리다 백골단에 쫓겨 들어온 앳된 사내 원단 속에 숨겨주고 사랑까지 했던, 아티반 스무 알의 오기로 능멸하는 현실의 손목을 그었던 스물두 살 외롭던 마음이 잉걸처럼 타올랐던 아비 없는 자식을 낳고 핏기 없는 얼굴에 땀방울만 선명하던 썰물 빠져나간 개펄처럼 악착같이 버티다가 돈 때문에 인연까지 끊었던 누이가 봄날 아침 찔레덤불로 피어 있다 소금 알갱이 같은 꽃 매달았다 *시집, 쾌락의 분신자살자들, 북인 소견서 - 심종록 1 사랑에 눈이 먼 사내는 오랫동안 포구를 떠돌았네 2 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