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의 밤 - 김안 내가 만든 낙원과 당신이 만든 낙원과 우리의 낙원들이 만든 비참함과 우리의 낙원을 용서하는 밤 위로 쌓이고 쌓이는 다른 이들의 밤의 빛깔과 낮에 보았던, 밟혀 죽은 지렁이와 여왕을 배불리기 위해 지렁이를 해체해 옮기는 개미 떼 내일이면 우리는 이 낙원에 얼마나 남겨져 있을까 이리 와, 조금 더 내 안으로 들어와 누워 있어도 돼 창밖에서 우릴 쳐다보고 있는 저 사람들은 우리보다 빨리 늙을 테지, 늙어 죽거나 자살할 테지만 차라리 우리 똑같은 병으로 죽자, 죽어버리자던 낮에 보았던, 밟혀 죽은 지렁이 같던 당신의 입술과 우물우물, 씹어 삼키는 밤의 정충들 우리의 낙원들이 시간의 억센 손아귀에 질질 끌려가기 전에 기억이 찌그러들기 전에 차라리 우리 함께 저 창문 속으로 사라져버릴까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