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북쪽 - 전형철 운명을 조판하는 사람이 빙하구혈 속에서 반짝인다 고요가 잠시 몸을 떨었으니 다음의 고요는 고요가 아니다 지난 것들을 떠올리는 일은 사건을 목격한 벙어리의 증언 같은 것 저녁을 발굴하다 우연을 떠올리는 시간 새들은 숲을 태워 한 줌의 재를 만든다 공중에 흩날리는 살점들 사람은 머리를 북쪽으로 두고 눕는다 백야의 간빙기 같은 오로라는 하늘구멍 속으로 빨려든다 당신의 나침반이 어제처럼 *시집, 고요가 아니다, 천년의시작 동대문 접골원 - 전형철 사대문의 결계를 따라 걸어요 머릿속에 털뭉치를 키운 절지동물들이 빗방울 맺힌 소인을 하늘에 대고 찍어요 먼 곳에서 물어 왔어요 끊어진 소식이나 어긋난 인연, 무너진 성벽 알을 잃은 가로등 듬성듬성한 마디들에게 들었지요 별을 더듬으면 뭇별, 조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