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귀로(歸路) - 서상만

마루안 2020. 1. 6. 19:22



귀로(歸路) - 서상만



기왕이면 다 맡기자
푸근하게 외따로 젖어


별빛은 물 위에
안내자로 뜨고
바람은 늘 후원자이니


나는
그 물길 따라 노(櫓) 없이
흘러가는 풍각쟁이


여행의 끝은 슬프지만
그래도 헤어질 땐
인심 좋은 떡버들처럼
안녕이라 손 흔들며
웃어도 주며


끝물에 젖은 말은
입 꾹 다물고
줄줄 물드는 대로 가자



*시집, 빗방울의 노래, 책만드는집








나잇값 - 서상만



꽃 필 때처럼 꽃 질 때도
피맺힐 약속쯤 없을까
새벽이 이슬을 슬어놓듯
세월이 자꾸 뒤통수치니
등질 때까진 어쩔거나
실수 연발 밥 먹듯 하며
헛된 궁리로 낭패 봐도
우리들 회유(回游)는 늘
무한한 공즉시색(空卽是色)*이니까



*집착 없는 눈으로 보아도 모든 것은 저마다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나타내는 반야심경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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