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소나무 - 김영언
늙은 소나무 - 김영언 설 쇠고 다들 떠난 자리 뒷산 산소 옆 늙은 소나무 한 그루 보고 싶었던 자식들 밀물처럼 몰려왔다 썰물처럼 떠나버린 재 너머를 향해 기울어진 채 그리움을 발돋움하고서 세월아, 세월아, 돌아보지 않는 바람만 행여나, 쏴쏴 흔들고 있었다 언뜻 의무처럼 왔던 이들 어둠 밖으로 의무처럼 떠나보낸 뒤 고단한 그림자만이 홀로 남아 말없이 눈물도 없이 불빛 힘없이 사그라지던 대문간에 서 있었다 *시집, 집 없는 시대의 자화상, 작은숲출판사 오두막에서 연기를 피우다 - 김영언 세상 한 귀퉁이 액자처럼 걸려 있는 외딴 오두막에 들어앉아 풍경 밖으로 하릴없이 닿을 곳 없는 음성부호 같은 연기를 피워 올린다 잡다한 생각들을 똑똑 꺾어 불더미 속에 던져 넣으며 주저 없이 하늘을 치받던 키 높은 낙엽송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