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전 - 손석호 청량리동 길가의 뙈기밭입니다 도시라서 말끔하게 세수한 쑥 달래 냉이 씀바귀 달동네처럼 소복하게 모여 살아요 급하게 뜯어낸 푸성귀처럼 간신히 몸만 뜯어내 기차를 탔기 때문에 뿌리가 고향에 남아 있다는 생각 때문에 아직 뿌리내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사실은 바닥이 너무 딱딱했어요 빌딩 골 사이로 해 떠오르면 계절에 맞게 제철 푸성귀가 풍성하게 자랍니다 단지 뿌리내리지 못할 뿐 꽃 같은 게 피지 않을 뿐 등 뒤 도로에 차들이 쉼 없이 흐릅니다 강물에 뛰어들던 어린 시절처럼 몸을 던지고 싶을 때가 있지만 바라보기만 해요 조금 아플 것 같아서 어디로도 떠내려갈 수 없을 것 같아서 이곳에서 계속 푸성귀를 기르려면 소나기를 피하듯 단속원을 피할 줄도 밭을 통째로 옮기는 방법이나 가짜 안개로 은폐하는 요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