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에서 울다 - 박인식 방랑보다 황홀한 인생은 없어 내 인생 지금껏 길 위에서 황홀했네 집 구석구석에는 방랑길의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머무르지 못하는 내 생애 앞에 쭈그려 앉아 울고 있는 줄 모르고 이제야 간신히 어디로도 떠나고 싶지 않을 무렵 볕들 날 없던 그 구석에는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내 시간이 나이 저문 줄 모르고 허리 꺾어 울고 있네 *시집/ 언어물리학개론/ 여름언덕 어느 활자중독자의 무인도 표류기 - 박인식 #1 어느날 빈 라면 포장지 하나 파도가 실어다 주었다 읽을 거리가 포장지 라면 조리법밖에 없어 허기를 숨 쉴 때마다 읽어야 했다 조리할 때 파와 달걀을 곁들이면 더욱 맛이 좋아집니다 #2 처음 읽는 이름의 라면이었다 뽀뽀라면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