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우울증이 매달려 있다 - 심명수 관념의 다이아몬드 못을 박아 거미가 집을 지었다 먹줄 튕기며, 팽팽한 얼개 때론 탄력 있게 얽어놓고 사람들은 함부로 그 생의 회로도를 빗자루로 쓸어낸다 청소용역인처럼 중요한 증거를 함부로 삭제해 버린다 가끔 누락된 것들 사다리 타고 내려와 쓸려나간 원인을 묻고 가기도 한다 누군가 이 세상으로부터 영원히 누락되었다 맑은 허공에 파문이 인다 파문은 거미집처럼 의혹을 남기고 허공을 아파한다 허공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고질병 같은 안개 밀려왔다 밀려간다 말랑말랑한 잠을 흔들어 깨워놓고 천연덕스럽게 웃는 얼굴 핼쑥한 그림자도 끌고 와 발밑에 함부로 버린 나의 원고들과 생의 질긴 목을 조인다 누가 방아쇠를 당겼을까 반짝이는 물결, 깨진 거울이 생각을 어지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