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론 - 김형로
말씀하셨지
꽃 꺾지 마라
겨울눈 맵찬 바람 삼킨 것이라고
보는 것조차 눈치껏 하라 하셨지
시샘한다고
꽃뿐인가
술도 사랑도
제 몫 다 하면 가야 된다고
눈물로 참으라 하셨지
정해져 있다 해도
꺼내 쓰는 건 사람마음이라고
무엇보다 사람을 아껴 쓰라 하셨지
꽃만큼 귀하다고
뼈 없는 혀로도 꺾인다고
정도 헤프면 독이 된다고
*시집/ 백 년쯤 홀로 눈에 묻혀도 좋고/ 상상인
손님 - 김형로
제 고집대로 살 때는
서운하기도 하고 때론 미워도
곤히 자는 모습 보면
핑- 스치는 생각
그래도 손님 아니냐
아비라고,
그늘이라고, 품이라고
가난한 숲을 찾아온 새 아니냐
다가와 쉬는 게 얼마나 고맙냐
니 아니고 누가 찾아왔더냐
문을 살며시 닫는다
산다는 게 다 내게로 흘러드는 강이더라
길이더라
제게로 이어지는 줄이더라
강물 같은 거
길손 같은 거
잠시 머금은 꿈 같은 거
저도 제 길이 있겠지
그 길에 나도 제 길손이겠지
강물이겠지
고맙다
찾아와 줘서, 울어 줘서
날갯짓 높이 하늘을 물어다 줘서
*시인의 말
바람 끝에 시집 한 권 매단다
시가 날아가 버리기를
하얗게 시의 집이 마르기를
결국 아무것도 나는 쓴 것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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