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사람론 - 김형로

마루안 2021. 5. 3. 21:47

 

 

사람론 - 김형로

 

 

말씀하셨지

꽃 꺾지 마라

겨울눈 맵찬 바람 삼킨 것이라고

 

보는 것조차 눈치껏 하라 하셨지

시샘한다고

 

꽃뿐인가

술도 사랑도

제 몫 다 하면 가야 된다고

눈물로 참으라 하셨지

 

정해져 있다 해도

꺼내 쓰는 건 사람마음이라고

 

무엇보다 사람을 아껴 쓰라 하셨지

꽃만큼 귀하다고

뼈 없는 혀로도 꺾인다고

 

정도 헤프면 독이 된다고

 

 

*시집/ 백 년쯤 홀로 눈에 묻혀도 좋고/ 상상인

 

 

 

 

 

 

손님 - 김형로

 

 

제 고집대로 살 때는

서운하기도 하고 때론 미워도

곤히 자는 모습 보면

핑- 스치는 생각

 

그래도 손님 아니냐

 

아비라고,

그늘이라고, 품이라고

가난한 숲을 찾아온 새 아니냐

 

다가와 쉬는 게 얼마나 고맙냐

 

니 아니고 누가 찾아왔더냐

문을 살며시 닫는다

 

산다는 게 다 내게로 흘러드는 강이더라

길이더라

제게로 이어지는 줄이더라

 

강물 같은 거

길손 같은 거

 

잠시 머금은 꿈 같은 거

 

저도 제 길이 있겠지

그 길에 나도 제 길손이겠지

강물이겠지

 

고맙다

찾아와 줘서, 울어 줘서

날갯짓 높이 하늘을 물어다 줘서

 

 

 

 

*시인의 말

 

바람 끝에 시집 한 권 매단다

시가 날아가 버리기를

하얗게 시의 집이 마르기를

결국 아무것도 나는 쓴 것이 없기를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이라는 영정사진 - 천수호  (0) 2021.05.05
구석에서 울다 - 박인식  (0) 2021.05.05
나는 누구인가 - 박영희  (0) 2021.05.03
꽃 같은 그 사람 - 박용재  (0) 2021.05.02
가족 - 석미화  (0) 2021.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