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가 보이는 식당에서 잠시 - 허문태 잠시라는 것도 보인다는 것도 들판의 문제다. 어디서부터 흘러왔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헤어졌는지 문득 들판의 문제다. 어느 봄날 민들레를 한없이 보고 있었던 것이, 노랑나비가 앉아 있는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냇물의 소리는 부딪치는 소리라서 나보다 맑다고 생각했다. 다 들판의 문제다 지금은 겨울 들판에서 저수지가 보였을 때 기러기는 저공비행을 한다. 저수지가 보이는 식당에서 서너 명씩 너덧 명씩 식탁에 둘러앉았다. 일인용 식탁은 없고 사인용 식탁에 혼자 식사하는 경우는 있다. 잠시 뭔가가 보일 때 얼른 봐두자. 꽃이 피는 곳은 어디고 나무는 어디로 걸어가는지, 나는 아직 늙어서 손에 굳은살이 두툼한 사람들과 식사를 한다. 괘종시계 초침 소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