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남자의 클래식 - 안우성

마루안 2021. 5. 3. 21:29

 

 

 

음악 든는 걸 좋아한다. 그러나 두 가지를 한꺼번에 못하는 성격이라 음악을 틀어 놓고 책을 읽는다든지 그런 걸 못한다. 그럴 경우 둘 다에 집중을 못하기에 되레 안 듣느니보다 못하다. 그래도 운전중에 늘 클래식 음악을 트는 친구의 취미는 본 받을 만하다.

 

이 책 <남자의 클래식>은 매마른 정서에 단비 같은 책이다. 팔방미인 안우성은 독일에서 공부한 성악가다. 테너로 여러 무대에 섰고 지휘자로 활동했고 대중들을 위한 클래식 강연도 한다. 글도 잘 쓴다. 그래서 클래식에 관한 책인데도 술술 읽힌다.

 

단숨에 읽었다. 예전에 비운의 화가 반 고흐의 전기를 읽을 때의 감동과 비슷하다. 자신의 일상과 클래식 곡을 설명하면서 작곡가의 인생을 흥미롭게 서술한다. 유행가 한 소절에도 인생이 들어 있다는데 위대한 작곡가의 선율에는 얼마나 많은 것이 들어 있을 것인가.

 

이 책을 한 꼭지씩 읽을 때마다 유튜브에서 저자가 설명한 곡을 들어 보았다. 작곡가의 인생을 이해하면 그 곡이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는 걸 실감한다. 몰랐던 곡을 아는 계기도 되었다. 이래서 평생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일까.

 

인생이 왜 이리 살기 팍팍하냐고 푸념만 할 게 아니라 이런 책을 읽고 한 곡씩 진진하게 들어보면 좋겠다. 아는 것 만큼 보이고 보인 만큼 느낀다고 하지 않던가. 딱 그 문구가 들어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좋은 책에 반론도 하고 싶다. 책 마지막 부분에 이런 문장이 있다.

 

"누구나 매일 최소 한 번은 감미로운 음악을 듣고, 아름다운 시를 읽고, 훌륭한 그림을 감상하며, 한 마디라도 좋은 말을 해야 한다." 괴테가 했다는 이 문구가 매마른 영혼에 촉촉한 감성을 주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런 고상한 취미가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새벽부터 연장 챙겨 일터로 나가는 노가다 아저씨가 이런 취미를 누릴 수 있을까. 너무 극단적인 예를 든거라고? 그럼 언제 짤리지 모르는 직장인들은 해당하나? 인생 한 방을 외치며 종일 가상화폐 사이트를 드나드는 사람도 있고 야동으로 밤을 샌 후 충혈된 눈으로 출근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남은 시간에 친구와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성공한 연애담이나 정치인 욕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오래전 나도 그랬다. 그림 감상이나 시는커녕 불량 친구와 어울려 다니며 툭하면 욕을 내뱉던 시절이 있었다.

 

청춘을 대책 없이 낭비하던 그때 유일한 위안은 지하철역 부근 리어카에서 산 해적 테이프로 주구장창 유행가를 듣는 거였다. 그런 불량 소년이 눈물 많은 중년이 되어 이런 클래식에 집중하게 되었다. 고단한 영혼을 정화시키는 교양서로 손색이 없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