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별 - 전인식 -구두와 대머리 아저씨 전철이 막 출발하려고 스르르 문이 닫힐 때 이 열차 타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듯 머리가 약간 벗어진 중년의 아저씨 이종범이 2루 도루를 감행할 때의 슬라이딩으로 아슬아슬 한쪽 발이 먼저 닿아 세이프되려는 순간 슬금슬금 움직이던 열차에 결국 사람 대신 벗겨진 구두 한 짝만 타고 말았습니다 처음 신고 나온 반짝거리는 새 구두 한 짝만이 볼일 급한 주인 대신 어디 다녀올 듯 객실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말았습니다 신발을 찾으려, 열차를 잡으려 창밖에 아저씨 손짓을 해가며 전철과 나란히 달리기 시합을 하는 안타까운 광경 앞에 사람들 하나같이 탄성을 지르며 터질 듯한 웃음으로 아쉬움을 대신했습니다 인정 많은 기관사 몇 발짝 움직이던 기차를 멈춰세워 다시 한 번 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