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내생 - 고태관 포대기에서 아기가 운다 잠에서 깨면 늘 목이 쉬었다 혼자서 양말 신고 바지도 입는 여섯 살 풀린 신발 끈 일부러 안 묶는 중학생 담치기하다가 따귀 맞는 고등학생 입대 전 벌거벗은 애인에게 안겨 잠든 새벽 소름처럼 돋아난 눈이 떠진다 다시 잠들면 복도에 쫓겨나 있었다 마흔 번째 생일 분에 넘치도록 취해 잠들었다가 오후 늦게 일어나 세수를 한다 반쯤 감긴 눈에 흐리게 고여 고개를 돌릴 때마다 거울과 마주친다 지금 나는 아흔이 된 내가 꾸는 악몽 머리가 지끈거리고 다리가 끊어진 듯 쑤신다 깨어날 수 없는 잠에 빠져 자정이 자정으로 이어지고 꿈쩍할 수도 없다 온종일 벽에 기대 있는 늙은이 가는 숨을 몰아쉰다 잿빛의 눈으로 허공을 비춘다 어제 꾼 꿈은커녕 당장 나도 건져 올릴 수 없다 무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