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소심한 후회 - 박형욱

마루안 2021. 6. 27. 19:28

 

 

소심한 후회 - 박형욱

 

 

쇠비름 개망초 광대나물 바랭이,,,,

마당가에 잡초를 뽑는다

 

결국 함께 갈 수 없다고

그런 나그네들이라고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통성명하지 말 것을

 

악수를 나누며 건네진 온기가

아직 말초에 남아 있는데

지갑 속에 차곡차곡 모아 놓은 명함들

꺼내보면

다시 만날 사람 몇이나 될까

 

공연하게 휴지통으로 던져버린

욕심과 체면의 수인사

알고 보면 다 사연 있고

나쁜 사람 드물 듯이

도감 펼쳐 보면

약초 아닌 잡초 없는데

 

미워서가 아니다

쓸모없어서도 아니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수 없어서

내 마음 온전히 다 줄 수 없어서

산란한 마음 번잡해서 뽑는다

 

보는 이 없어도 괜시리 아픈

마당가 풀을 뽑는다

 

 

*시집/ 이름을 달고 사는 것들의 슬픔/ 지혜

 

 

 

 

 

 

낭만에 대하여 - 박형욱

 

 

논둑길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

바짓가랑이에

도깨비바늘 붙었다

 

낭만적이다 그놈

제 운명을 낯선 이에게

모두 던질 수 있다니

 

나는 달리는 만주행 열차를

바람의 속도로 올라타는

협객 시라소니를 태웠다

 

도시로 나가고 싶어 안달난

시골 처녀를 유혹하여

달아나는 바람둥이

 

논둑길 다 빠져나와

시멘트 길 위에 떼어 놓는다

 

싹 틔울 수 있을까 그들

나는 눈 감아버린다

낭만적이어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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