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후회 - 박형욱
쇠비름 개망초 광대나물 바랭이,,,,
마당가에 잡초를 뽑는다
결국 함께 갈 수 없다고
그런 나그네들이라고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통성명하지 말 것을
악수를 나누며 건네진 온기가
아직 말초에 남아 있는데
지갑 속에 차곡차곡 모아 놓은 명함들
꺼내보면
다시 만날 사람 몇이나 될까
공연하게 휴지통으로 던져버린
욕심과 체면의 수인사
알고 보면 다 사연 있고
나쁜 사람 드물 듯이
도감 펼쳐 보면
약초 아닌 잡초 없는데
미워서가 아니다
쓸모없어서도 아니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수 없어서
내 마음 온전히 다 줄 수 없어서
산란한 마음 번잡해서 뽑는다
보는 이 없어도 괜시리 아픈
마당가 풀을 뽑는다
*시집/ 이름을 달고 사는 것들의 슬픔/ 지혜
낭만에 대하여 - 박형욱
논둑길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
바짓가랑이에
도깨비바늘 붙었다
낭만적이다 그놈
제 운명을 낯선 이에게
모두 던질 수 있다니
나는 달리는 만주행 열차를
바람의 속도로 올라타는
협객 시라소니를 태웠다
도시로 나가고 싶어 안달난
시골 처녀를 유혹하여
달아나는 바람둥이
논둑길 다 빠져나와
시멘트 길 위에 떼어 놓는다
싹 틔울 수 있을까 그들
나는 눈 감아버린다
낭만적이어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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