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이 나를 삼켰다 - 천양희 아름다움이 적을 이긴다고 하기에 미소 짓는 이 꽃이 내일이면 진다는 걸 믿지 않았다 할 수 있을 때 장미 봉오리를 모아야 한다기에 한낮의 볕이 그늘 한뼘 들여놓는 걸 잊지 않았다 불은 태울 수 없고 물은 물에 빠질 수 없다기에 사람이라도 좀 되어보자고 결심했다 끝없는 풍경은 밖에 있지 않고 안에 있다기에 세상에 드러나 부끄럽지 않은 것이 꽃밖에 더 있을까 생각했다 삶에는 이론이 없다기에 우리가 바로 세상이란 걸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변했는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기에 붓 쥔 자는 외로워 굳센 법이란 걸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갈피를 잡는 동안 그 말이 나를 삼켰다 *시집/ 지독히 다행한/ 창비 푸른 노역(勞役) - 천양희 바람은 잘 날이 없어 어쩌면 목 놓은 소리로 헤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