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경춘선 - 서울 생활사 박물관 전시회

마루안 2021. 9. 11. 21:32

 

 

 

경춘선이 전철로 바뀌면서 예전의 낭만이 사라졌다. 기차가 현대화 되고 속도가 빨라지면서 추억도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 사라지는 것은 늘 아쉬움을 남기는 법, 옛 추억을 돌아볼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초여름부터 시작되었으나 코로나가 안정되기를 바라면서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서야 가게 되었다. 더 미루면 영영 못 볼 것 같았다. 같은 서울인데도 노원구는 조금 멀다. 여행하는 기분으로 간다. 태릉역에서 가깝다.

 

경춘선은 내가 탄 열차 중 가장 많이 탄 노선이다. 주말이면 경춘선 열차는 늘 만원이었다. 맘모스 백화점이 있던 청량리역 광장 시계탑 주변에는 바리바리 맨 배낭족들로 가득했다.

 

돗자리 챙길 여유는 없었지만 기타와 녹음기 꼭 챙겼다. 화랑대와 퇴계원 들녘을 지나면 산과 강이 번갈아 보이는 풍경에 뛰어 내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가을이면 마석, 대성리, 청평을 지날 때가 특히 좋았다.

 

역 이름도 정감이 있다. 지금은 다소 촌스러울 강촌이나 백양리 역은 무사할까. 경춘선이 현대화 되면서 많은 역이 옮겨지거나 사라졌다. 코로나로 다소 뜸해졌지만 경춘선은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은 탄다.

 

잔잔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좋은 전시다. 철도와 여행 역사도 공부하는 기회였다. 훗날 이런 추억마저 없다면 노년이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그렇다고 추억만 뜯어 먹으며 늙을 수는 없다. 전시장을 돌며 내내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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