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된 사람 - 김한규 형은 먼저 형이 되었다 마마가 어린 몸을 먼저 지나갔다 남겨진 자국에 죽어 갈 날이 하루씩 파고들었다 동생은 형의 동생이 아니라고 했다 아랫목에서 식고 있는 밥그릇이 넘어지고 먼저 될 수밖에 없었던 형은 눈이 파묻은 취한 발을 끌며 집으로 오고 있었다 기미가 없는 봄이 꺼멓게 멍든 뼈를 드러냈다 얼어붙은 발은 끝까지 팔을 움켜쥐고 기다리지 않는 것은 기다리는 것을 내버려 두었다 얼마 남지 않은 날에 파먹을 수 있는 것은 다 파먹고 달력도 없이 넘어가는 얼굴을 벽 속에 묻었다 먼저 되고 만 사람이 버스에 올랐다 거두는 눈길을 먼저 거두었다 다 거둔 얼굴에 죽은 새의 날개 빛이 내려앉고 있었다 동생은 형의 동생이 아니었으면 좋았다 눈과 함께 어서 가 버리는 이월이었으면 좋았다 다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