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에 관한 생각 - 박주하 거문고에 줄이 없었다면 누가 줄을 튕겨 심연을 건드려 보았을까 어미가 줄을 놓아 주었으니 새끼도 그 줄을 타고 지상에 발을 들였겠지 탯줄을 감고 노래 부르고 탯줄을 타고 춤을 추고 한 올 한 올 서로를 튕겨주는 믿음으로 즐거웠으나 약속에 매달리고 관계에 매달리며 그 줄 점점 얇아지고 가늘어졌으니 돌아갈 길이 멀고도 아득하여라 몸으로 엮었던 줄을 마음이 지워 버렸네 서로에게 낡고 희미해져 먼지처럼 가늘어진 사람들 요양원의 투명한 링거줄에 매달려 있네 잃어버린 첫 줄을 생각하네 *시집/ 없는 꿈을 꾸지 않으려고/ 걷는사람 가을비가 내리는 동안 - 박주하 비가 내리자 잔이 차오른다 잔을 비우면 다시 비가 내렸다 술잔을 풍등처럼 쥐었다 쥐었다가 놓고 놓았다가 쥐는 술잔이 입술과 소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