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에 먼길이 생겼다 - 박지웅 당신을 보내고 종유석처럼 서 있었다 그리고 먼 동굴이 되었다 말문 한번 여는 데 천년만년 걸리는 입이 되었다 내 입속에 먼길이 생겼다 지금은 말할 수 없다 입안은 다만 내생(來生)과 연결되어 있다 먼 훗날에도 오지 않을 먼먼 훗날에 이 쓸쓸함은 발견되리라 목울대에 희미하게 비치는 한 방울 유골, 한 알의 누(淚) 똑, 똑 떨어진 바윗물은 흰 어금니가 된다 캄캄한 잇몸에 아물지 못한 말들이 자라고 자라 한 겹 한 겹, 솟을새김 올리는 액체의 뼈 동굴 천장바닥에 맺혀 글썽이는 눈알들 당신의 늑골에도 눈감지 못한 것들이 이리 자라는가 한 방울의 전생(前生)을 데리고 와 한 방울의 전생(前生) 위에 내려놓는 일을 나는 사랑했으니 입속에서 살아가는 것들의 목록을 헤아리는 가을이 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