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 근처 - 최영철 오래 전 한 깨달음 얻은 그 사람 망자 앞에 문상하며 덩실덩실 춤췄다 하나 나의 도는 그에 미치지 못해 돌아서서 빙그레 웃을 뿐이네 아 이제 그대는 살기 위해 고개 숙이고 헛웃음 날리고 죽기 위해 지랄발광 술상 뒤집지 않아도 될 터 그리워 목말라 울부짖고 아닌 척 근엄하게 먼 산 바라보지 않아도 될 터 탄생에 환호하고 여기를 떠나 새 행장 챙기기 바쁜 여행자 앞에 목 놓아 통곡하지 않아도 될 터 한평생 내 그림자로 동행하며 다음 여정 설계해 준 고마운 이 저승사자 손을 뿌리치지 않다도 될 터 지옥이라도 그보다 더한 천국이라도 아 이번이 이 어리석은 암행의 종착역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할 수도 있으리 굳이 그런 사족 달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으리 *시집/ 멸종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