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오는 점성 - 정철훈 오늘은 길을 걷다가 허공을 향해 눈을 부릅떠보았다 아주 먼 허공이 아니라 머리에서 한 뼘 위 허공 그러면 내 눈에 습기가 엉켜 드는 것이다 나는 습기가 아주 먼 곳에서 왔다는 것을 안다 내가 기다리는 건 어떤 점성일 게다 멀리서 오는 점성 어제는 친구와 술을 마시며 왜 한 번도 길을 잃어버린 적이 없냐는 말을 들었다 통렬함이 없다는 말도 들었다 그건 좀체 자세를 흩뜨리지 않는 내 소시민적 기질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나에겐 울부짖음이 없고 남루가 없고 방황이 없고 상실이 없고 비에 젖은 무의식의 비애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건 모두 눈물과 관련되어 있다 내가 기다리는 건 멀리서 오는 점성이고 남들은 그런 나의 기다림을 모른다 그럴지도 모른다 *시집/ 가만히 깨어나 혼자/ 도서출판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