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通

연극 - 이순재의 리어왕

마루안 2021. 11. 5. 22:11

 

 

 

코로나로 오랜 기간 공연장엘 가지 못했다. 첫 번째 공연장 나들이가 연극 리어왕이다. 조기예매 티켓으로 30% 할인 가격으로 봤다. 프리뷰 공연은 40% 할인이었는데 경쟁이 치열해서 구하지 못했다. 그래도 제일 싼 등급이지만 일찍 서둘러 구입이 가능했다.

 

표 구하고 나서 며칠 후에 공연일이 한참 남았는데도 이미 전석 매진 소식에 일찍 일어난 새가 좋은 먹이 구한다는 말을 실감했다. 리어왕은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가장 비극적인 작품이다.

 

오래 전에 리어왕을 본 기억이 있는데 누가 리어왕을 했는지 배우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 이번 공연은 포스터에서부터 이순재의 리어왕이다. 87세의 나이에 리어왕을 한다는 게 대단하다. 더구나 이번 리어왕은 각색을 하지 않아 공연시간이 3시간이 넘는다.

 

이순재 선생은 고령임에도 그 많은 대사를 어떻게 기억을 하는지 실로 대단하다.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긴 해도 3시간 넘는 공연을 하려면 체력 소모도 대단할 것이다. 그 분 특유의 걸걸한 저음 때문에 군데군데 대사 전달이 조금 아쉽기는 했어도 무대를 꽉 채운 배우들의 연기에 흠뻑 몰입할 수 있었다.

 

딸 셋을 둔 왕은 늙은 탓인지 총기를 잃어 셋째 딸의 진심을 몰라본다. 첫째와 둘째는 온갖 아첨과 계책으로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 받은 후 배신을 한다. 뒤늦게 막내 딸의 효심을 알았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리어왕을 중심으로 주변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욕망과 사랑이 현대와 다를 게 없다. 얽히고 설킨 배신과 음모와 후회와 탄식이 시종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너무 꼭대기 층이라 배우들의 표정까지 읽을 수는 없었으나 감동은 대단했다. 한동안 공연장을 가지 못해 아쉬웠는데 굶주렸던 무대의 허기를 제대로 달래준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