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꽃 - 임경남 사막을 건너왔어요 모래바람을 타고 내가 하는 말은 하도 서걱거려 다른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일 년에 한두 번 온다는 비를 기다린 적도 있지만 뿌리를 내리는 대신 떠도는 법을 익혔지요 한 번도 젖을 물린 적 없는 내 몸은 종이꽃 헛물관을 타고나는 바람에 푸른 잎맥만 무성했어요 건조증이 심한 날은 온몸이 가려워 밤새도록 비듬을 긁어모아 일기를 쓰기도 했는데 문장마다 잔물결이 일어 쉬이 읽어낼 수가 없었어요 여전히 달(月)마다 꽃잎 청구서는 날아들고요 내 몸은 바람을 찢고 온 건기에 시달렸어요 사막에서도 꽃이 피네요 외로움도 간이 배어 세상의 안부 쪽으로 귀를 기울이면 저만치 잘 다듬은 눈물이 반짝반짝 보석처럼 빛나던 걸요 *시집/ 기압골의 서쪽은 맑거나 맛있거나/ 북인 능소화 흘..